2009년 03월 08일
진하게 생각하고 생각하겠습니다.
3월 2일ㅡ강원도 태백 철암에 다녀왔습니다.
2월 초에 은재씨에게 3월 즈음 한번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때부터 나름의 준비를 시작했다.
마음을 정하고 뜻을 세우니 해야 할 일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머릿속에는 갖가지 다양한 상상들로 가득 차 혼자 피식 웃기도 하고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근심에 쌓이기도 했다.
서점에 가 지금까지 찾지 않았던 구간에서 책의 제목을 훑어 보고 그중에 조금 흥미있는 것들의 목차를 살피고 그리고 목차 중에 궁금한 것들이 있는 곳으로 책장을 넘겨 다시 살피고..책을 구석구석 살펴본 후 몇 권을 샀다. 일본어 번역서라 다소 다듬어 지지 않은 문장과 오타까지 있는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란 책도 그중에 하나다.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검색을 시작했다. 모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회의문서 하나가 있다. 대략..1년 6개월 전 회의록이다. 회의록 한 편에 몇 개의 지역도서관 참여자 목록이 적혀 있다. 그리고 다시 검색창에 그곳의 이름을 하나씩 넣어 또 살펴본다.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글 하나하나의 댓글도 신나서 읽어 내렸다.
'아~이런 것도 있었구나~'
문득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 철암어린이 도서관과 충북 옥천에 있는 배바우 도서관이 나름의 나의 기준으로 선정된 곳이다.
먼저 겨울의 태백이 가고파 철암 어린이 도서관에 먼저 연락을 했다.
가겠노라는 날짜를 정하고 가볍게 방문하고 싶은 이유를 전했다.
혼자 조용히 다녀와야지 생각하다가...옆에 함께 소감을 나눌 벗이 있으면 싶어 승열이에게 가자고 청했다.
그는 흔쾌히 함께 해줬다..
(이건 도서관에 도착에 해리포터 김동찬 선생님이 나의 율무차와 승열이의 커피를 준비해 주시는 동안 알게 된 건데..
내가 태백에 가자..하고선 이것저것 더 설명을 하지도 않았나 보다..난 다 이야기 한 줄 알고 있었다...나의 무심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행해준 승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역시 그는 철암의 풍경에 관한 의견과 그냥 건네는 한마디의 말에서 그만의 통찰력으로 혼자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고맙습니다.)
한 번의 날짜가 변경되고 철암을 찾게 된 날은 3월 2일이다.
청량리에서 7시 첫차를 타고 4시간 30분이 걸려 태백에 도착했다. 태백은 4년 만이다. 역에 내리니 오래전에 다녀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태백역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와 담배 한 개피를 태우고 선물용 음료수 세트를 하나 사 들었다. 화분을 사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아준 승열이 덕분에 슈퍼 주인아주머니께 꽃집을 물어 가까운 곳에서 작은 화분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10여 분 흐르고..도서관이 쉬는 월요임에도 방문을 환영해 주시고 기꺼이 마중까지 나와주신 김동찬 선생님 내외와 예쁜 2명의 아이을 태백역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아내 미애 선생님과 아이들과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고자 움직였다.
1. 백반
2. 칼국수
3. 김치찌개
4. 닭갈비
이 중에 김동찬 선생님이 메뉴를 고르라 하신다.
(후에 느낀 거지만 점심 메뉴에 선택안을 제시하는 건 선생님이 아이들과 논의하기 방법의 하나 인 듯하다.)
친구는 칼국수를 선택했지만..그 전날, 전날에 전날까지 칼국수를 먹은 나는 친구의 선택을 뒤로하고 김치찌개를 골랐다.
철암동네에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며 전화를 거신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할머니가 오늘은 가게를 열지 않은 것 같다 하신다. 다시 고른 메뉴는 닭갈비다.
닭갈비 집으로 이동하면서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는 태백식 닭갈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국물이 있는 닭갈비는 닭도리 탕과 춘천식 닭갈비의 중간 즈음 되는 모양을 하고 있다. 통통한 닭들이 국물이 졸고 양념이 배니 맛이 아주 좋다. 밥까지 볶아 먹고 벅벅 소리가 나게 누른 밥을 긁어먹었다.
밥을 먹으며 간단히 소개를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명함을 준비하지 못했는데..(명함을 들고 다니는 걸..항상 잊어버린다..)친구 녀석이 미리 몇 개 챙겨놓은 명함덕분에 이런저런 소개를 할 수 있었다. 기타는 그냥 폼이라고 말했다. (승열이가 없었으면 좀 친다 허풍을 떨 수 있었겠지만..^^..) 청소년 기관이라 하면 '품'을 알고 계신다 한다. 품을 알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열린다. 품은 나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춘의복지관의 양원석 선생님도 아신다 하셨다. 기관에 돌아와 뽀시기에게 이런 사람을 만났다고 하니 뽀시기도 김동찬 선생님을 예전에 어떤 교육장에서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자세히 사회복지정보원, 한덕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조금 후에 다임에게도 건물중심의 사회복지가 아닌 지역자원을 활용한 형식의 사회복지 운동(?)에 관해 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의 연이 참 재미있고 소중하다.)
왜 보리방구냐 물어, 방구를 많이 껴 그렇다고 했다. 이메일 아이디가 무슨 뜻이야 물어 'selfso' 신영복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 이야기라 전했다. '스스로 그러할 수 있는 힘'이란 의미라 하니..'아~그럼 자연이네' 하신다. (selfso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 멋진 말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않아 그렇듯 싶다...) '자연이네'라고 한 말이 지금도 계속 곱씹게 된다. 난 어쩌면 그 말의 의미를 너무 확대하고 어렵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까...너무 막연하게 그 상을 잡지 않았던가...
이런저런 소개를 나누고 태백역에서 차로 30여 분 걸리는 철암어린이도서관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잠깐 집에 들러 연탄불을 갈아야 한다고 하신다. 도서관 근처 오래된 아파트에 사시는 데 그곳은 연탄으로 난방한다. 탄광촌답게 연탄사용이 많다. 남은 연탄재를 따로 버리는 통도 연결되어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동네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무리도 만나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맑은 웃음소리를 내는 여자친구도 만났다. 선생님은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신다. 두 번째 만난 친구에게는 오늘은 도서관 문을 열지 않는 날이니 오면 안 된다고 당부도 하신다. 그 여학생은 특유의 맑고 큰 소리로 화답한다. 조금 어색한 몸짓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자라고 있는 친구인 듯싶다. 그 친구가 도서관 쉬는 날인 걸 잊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아 오지 마라 당부하셨나 보다. 그 친구가 집에 들어가는 걸 백미러로 조금 길게 보시다 다시 운전을 하신다.
철암 중고등학교가 보이고 다리 하나를 건너 붉은색 창문을 가진 2층짜리 건물이 도서관이라 한다..
그 곳을 스쳐 지나가며 미션을 하나 준다 한다. 철암 시장이 시작하는 곳에 내려줄 테니 도서관까지 걸어서 찾아오란다.
걸어오면서 동네 구경도 하고 시장도 보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도 하란다. 동네 가게 이름에 청도나 호남이 있는데 이는 주로 그곳에서 온 사람들이 가게 이름을 그리 지었다 설명하신다. 우리를 내려준 곳에서 산 쪽을 바라보면 석탄을 보관하는 검은 산과 캐낸 석탄을 선별한다는 선탄장이 있다. 검은 공장 같은 느낌의 선탄장은 근대문화유산이라 설명해주셨다. 지금까지 보았던 시골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시골이라 하면 농촌과 산촌이 다인줄 알았지..이런 곳에 이런 시설이 있는 광촌은 조금 낯선 곳이었다. 우리를 내려주고 선생님은 미리 가 연탄에 불을 옮겨 두겠노라 하신다.
걸어 5~7분 걸리는 짧은 길이다. 시장은 조용했다. 마을의 모습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골이라기보다는 오래되어 낡은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승열이가 20년 전 서울 같은 느낌이라 한다. 어떻게 20년 전 서울을 기억하느냐며 시비를 걸기는 했지만..다시 돌아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정말 그랬다. 후에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니 옛날..그러니깐 30~40여 년 전에는 이곳이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었다 한다. 전국에서 각종 유명한 가수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며 길을 가다 사람들 어깨에 스쳐지나 다니기도 힘든 곳이었다 한다. 태백역에서 철암까지 들어오면서도 이런저런 광촌의 현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현재 남은 탄광의 수, 일하는 사람들의 여건, 수입농산물 개방의 문제와 비슷한 석탄 자립 문제, 싸게 수입되는 석탄에 밀려 조만간 다 폐광될 위기고 그렇게 되면 생기는 문제들..그런 이야기들 위에 지금의 철암의 모습을 겹쳐 놓으니...옛 도서관 건물이었다는 네모난 큰 창을 가진 낡은 2층짜리 건물이 나이 잔뜩 잡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의 모습 같다.
다시..조용한 시장을 지나 어색하리만큼 깨끗한 다리와 2001년도 태풍 피해 보상으로 작년에 완공되었다는 더 어색한 아파트 두 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도서관 문을 열었다.
볕이 잘 드는 곳이다. 둥글게 말아 올라가는 좁은 계단이 재미있다. 신비로운 벽지의 비밀의 방도, 다소 어색한 분류의 책이 꽂혀 있는 청소년방도, 승열이가 탐내 하는 DVD가 많이 있는 요리쿡~방도 엉성하지만 가지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율무차와 커피, 쥐포 한 장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철암의 보물이라며 준비과정에서 아이들과 회의한 내용, 아이들이 모은 모금액을 나열한 내용, 도서관 건축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다른 지역의 도서관을 아이들이 찾아다니며 비교한 내용 등을 모은 파일 하나를 들고 오셨다. 한 장씩 넘기며 철암어린이 도서관에 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어 철암에서 진행되는 방학 중 프로그램과 학기 중 프로그램을 나눠 설명해 주셨다.
철암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 활동도 중요하지만 '아이 한명이 자라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합니다'란 철암의 표어처럼 마을 공동체성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방학 중에 주로 진행되는 광활도, 학기중에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전체적으로 다섯 가지 흐름에 의해서 진행된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애민육조이야기이다. 웃어른들에게는 당신이 잘 아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하며, 어른들께 힘드니 가만히 있으라 하면 그게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겠냐..그래서 '걸언'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그 걸언이..
1. 인사하기
2. 여쭙기
3. 논의하기
4. 부탁하기
5. 감사하기.
이다.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과정을 통해 선발된 친구들의 광활 활동은 저 5가지 흐름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첫주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른들께 인사를 한다.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활동했던 물건들도 돌려 드리고 이것저것 도움을 요청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한다.
그리고 그 사이 주간에는 아이들과 짝을 지어 놀기도 하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강좌를 열기도 한다. 하루는 대학생들이 준비하고 또 하루는 어린이들이 준비하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했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인사하고 물어보고 논의하고 주변에 부탁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마을에서 어른들의 역할에 관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역할이 주어져야 함을 철암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생동감 있게 전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철암까지 오는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 철암 도서관 앞에서 잠깐 들린 슈퍼 아주머니가 도서관에 온 사람들이냐 물어봤던 것,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꺼지지 않은 연탄불을 앞집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과정.
그리고 철암에서 진행되는 광활 이야기에서도 그 생동감이 전해졌다. 사람을 눈을 오래 쳐다보며 말하는 해리포터 김동찬 선생님의 눈빛에서 그 과정에서의 중요함, 삶에서의 실천에 관한 강력한 의지와 뜻이 전달되었다.
(광활 1기로 이곳에 처음 오셔서 지금은 광활11기로 광활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찬 선생님은 내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준 사람이다.)
홍성에 도서관 설립과정을 물으시는 데 솔직히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작년 12월에 건축 설명회를 다녀오고,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고, 다리 역할을 해주는 은재씨를 통해서 3월에 준공식을 시작하면서 면접을 보고...6월 즈음 건물이 완공될 계획이란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이다.
지금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나는 실무자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럼 애도 불구하고 난 마음을 정했고 뜻을 세웠으니...내가 얼마나 설레고 얼마나 두려운지...
김동찬 선생님 자신도 광활활동 신청자 면접을 볼 때 가장 중요하 게 생각하는 것은 '철암과 어린이 도서관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강점..장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라 하며..이를 잘 준비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도서관을 나오며 연탄불은 구멍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 연탄불 가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태백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집에 들러 연탄불을 가셨다.
그리고 태백에 처음 온 승열이를 위해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들렀다 갈 수 있도록 내려 주셨다.
뜻과 마음이 있는 사람과 공간을 만난 기분이 좋았다.
황지연못에 가서 행운의 동전 던지기를 했다.
빗겨 나가는 승열이에게 미안하게 난 두 번이나 올해의 행운에 해당하는 동그란 원 안으로 동전이 들어갔다.
잘 던진다 칭찬을 들으며 기분 좋게 그곳을 나와 길에서 파는 고구마 빵을 사 들고 역으로 향했다.
기차표를 끊고 차에 올라타 현란하게 꾸며진 열차카페에 앉아 과자 한 봉지와 맥주 두 캔씩을 한 번에 들이켜 마셨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4시간 가까이 깨지 않고 청량리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 청량리역에 도착해 승열이와는 바로 헤어졌다.
반복해서 고맙다고 말하면 그 느낌이 사라질까..승열이에게 정말 고마웠다고..충분히 말하지 못한 건 아닐까..
다시 돌아와 생각하니..고맙고 고맙다..
1. 선택과, 전환점.
3월은 시작부터 분주하다.
올해 계획한 사업들이 3월이 되니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새로 의지를 다진 사업이 있는데다 학기 시작, 바뀐 몇 가지 상황, 그리고 조직 개편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시끌시끌하다. 나 개인도 선택과 전환의 시긴인데 내가 일하는 공간도 그렇다. 처음에는 이렇게 상황이 겹치지 않았으면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냥 고민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을 문제를 보다 정확하고 실질적으로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더 진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단지 고민으로만 끝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이 더 깊고 깊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단 이것저것 재지는 않는다. 뭐가 더 좋고 뭐가 나쁘고가 아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에 관해서만 집중해서 생각한다.
외부의 상황에 핑계를 대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홍성에서 명확하게 일정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왜 하필 기관은 내가 이렇게 마음을 정했는데 조직개편을 하게 됐냐고 투덜거려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진정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상황은 상황이고 내가 어찌할 수 없으면..내 마음을 세우고 세운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얼마 전에 들은 법륜스님 법문에 마음이 생기면 하거나 하지 않으면 되고, 그리 선택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참 철암에 다녀온 것들을 다시 돌이켜 보고, 지금의 상황을 다시 바라보면..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결정 했는지...다시 더 들여다볼 수 있다..
2.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침이 맑아야 합니다.
논의는 치열하되 정성스러워야 합니다.
직면한 문제에, 때로는 쓴 소리와 때로는 단 소리가 될 수 있는 것들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말로만 떠들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어미니와 아버지에게 제 마음을 잘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나와 관계 맺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벗과의 진정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워야 합니다.
3. 삶의 방식이 의미하는 것.
나에게 일터는 삶터였음 한다.
삶터와 일터를 분리하는 내 모습.
내가 내 스스로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지, 실제로 지금 상황이 그렇게 때문에 분리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참 작은 것에 분별하고, 참 엉뚱한 것에 마음을 두게 된다.
참 작은 것과, 참 엉뚱한 것은 내가 상황을 조금만 변화시키고 마음을 조금 달리 먹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어찌나 나약한 존재인지..상황과 주변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참 어렵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건 그 상황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선택'에 조금 더 강해지고, 조금 더 '똑똑해'지길 바랄 뿐이다.
4. 하루를 돌아보며.
오전에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계속 마음이 쓰인다. 그의 말처럼 그건 예의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하는 건..사실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니..
하지만 난 지금 상대방에 대한 어떤 배려심도...없다..그래서 더 형편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이제 오로지 내 몫으로 내가 감당해야겠지.
단순히 미안하다고 끝낼 수 없겠지.
이제 각자의 몫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대응하겠지..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면...
처음부터..서툴고..솔직하지 못했던...결과인 것 같다..
5. 그리하야..
화요일에 출근해서 내가 어찔할 수 없는 주변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해야겠다.
선택에 후회하게 될 때가 있다면
그 후회를 한숨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왜 후회하는지 어디서 후회의 마음이 생기는지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책임질 수 있도록 합니다.
선택에 기쁨이 따른다면
자만하지 않고 내 상황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 발 내딛겠습니다.
2009년 3월 끝나지 않은 겨울과 시작하지 않은 봄 사이. 스물여덟의 정아.
2월 초에 은재씨에게 3월 즈음 한번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때부터 나름의 준비를 시작했다.
마음을 정하고 뜻을 세우니 해야 할 일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머릿속에는 갖가지 다양한 상상들로 가득 차 혼자 피식 웃기도 하고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근심에 쌓이기도 했다.
서점에 가 지금까지 찾지 않았던 구간에서 책의 제목을 훑어 보고 그중에 조금 흥미있는 것들의 목차를 살피고 그리고 목차 중에 궁금한 것들이 있는 곳으로 책장을 넘겨 다시 살피고..책을 구석구석 살펴본 후 몇 권을 샀다. 일본어 번역서라 다소 다듬어 지지 않은 문장과 오타까지 있는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란 책도 그중에 하나다.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검색을 시작했다. 모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회의문서 하나가 있다. 대략..1년 6개월 전 회의록이다. 회의록 한 편에 몇 개의 지역도서관 참여자 목록이 적혀 있다. 그리고 다시 검색창에 그곳의 이름을 하나씩 넣어 또 살펴본다.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글 하나하나의 댓글도 신나서 읽어 내렸다.
'아~이런 것도 있었구나~'
문득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 철암어린이 도서관과 충북 옥천에 있는 배바우 도서관이 나름의 나의 기준으로 선정된 곳이다.
먼저 겨울의 태백이 가고파 철암 어린이 도서관에 먼저 연락을 했다.
가겠노라는 날짜를 정하고 가볍게 방문하고 싶은 이유를 전했다.
혼자 조용히 다녀와야지 생각하다가...옆에 함께 소감을 나눌 벗이 있으면 싶어 승열이에게 가자고 청했다.
그는 흔쾌히 함께 해줬다..
(이건 도서관에 도착에 해리포터 김동찬 선생님이 나의 율무차와 승열이의 커피를 준비해 주시는 동안 알게 된 건데..
내가 태백에 가자..하고선 이것저것 더 설명을 하지도 않았나 보다..난 다 이야기 한 줄 알고 있었다...나의 무심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행해준 승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역시 그는 철암의 풍경에 관한 의견과 그냥 건네는 한마디의 말에서 그만의 통찰력으로 혼자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고맙습니다.)
한 번의 날짜가 변경되고 철암을 찾게 된 날은 3월 2일이다.
청량리에서 7시 첫차를 타고 4시간 30분이 걸려 태백에 도착했다. 태백은 4년 만이다. 역에 내리니 오래전에 다녀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태백역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와 담배 한 개피를 태우고 선물용 음료수 세트를 하나 사 들었다. 화분을 사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아준 승열이 덕분에 슈퍼 주인아주머니께 꽃집을 물어 가까운 곳에서 작은 화분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10여 분 흐르고..도서관이 쉬는 월요임에도 방문을 환영해 주시고 기꺼이 마중까지 나와주신 김동찬 선생님 내외와 예쁜 2명의 아이을 태백역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아내 미애 선생님과 아이들과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우리는 점심을 먹고자 움직였다.
1. 백반
2. 칼국수
3. 김치찌개
4. 닭갈비
이 중에 김동찬 선생님이 메뉴를 고르라 하신다.
(후에 느낀 거지만 점심 메뉴에 선택안을 제시하는 건 선생님이 아이들과 논의하기 방법의 하나 인 듯하다.)
친구는 칼국수를 선택했지만..그 전날, 전날에 전날까지 칼국수를 먹은 나는 친구의 선택을 뒤로하고 김치찌개를 골랐다.
철암동네에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며 전화를 거신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할머니가 오늘은 가게를 열지 않은 것 같다 하신다. 다시 고른 메뉴는 닭갈비다.
닭갈비 집으로 이동하면서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는 태백식 닭갈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국물이 있는 닭갈비는 닭도리 탕과 춘천식 닭갈비의 중간 즈음 되는 모양을 하고 있다. 통통한 닭들이 국물이 졸고 양념이 배니 맛이 아주 좋다. 밥까지 볶아 먹고 벅벅 소리가 나게 누른 밥을 긁어먹었다.
밥을 먹으며 간단히 소개를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명함을 준비하지 못했는데..(명함을 들고 다니는 걸..항상 잊어버린다..)친구 녀석이 미리 몇 개 챙겨놓은 명함덕분에 이런저런 소개를 할 수 있었다. 기타는 그냥 폼이라고 말했다. (승열이가 없었으면 좀 친다 허풍을 떨 수 있었겠지만..^^..) 청소년 기관이라 하면 '품'을 알고 계신다 한다. 품을 알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열린다. 품은 나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춘의복지관의 양원석 선생님도 아신다 하셨다. 기관에 돌아와 뽀시기에게 이런 사람을 만났다고 하니 뽀시기도 김동찬 선생님을 예전에 어떤 교육장에서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자세히 사회복지정보원, 한덕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조금 후에 다임에게도 건물중심의 사회복지가 아닌 지역자원을 활용한 형식의 사회복지 운동(?)에 관해 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의 연이 참 재미있고 소중하다.)
왜 보리방구냐 물어, 방구를 많이 껴 그렇다고 했다. 이메일 아이디가 무슨 뜻이야 물어 'selfso' 신영복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 이야기라 전했다. '스스로 그러할 수 있는 힘'이란 의미라 하니..'아~그럼 자연이네' 하신다. (selfso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 멋진 말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않아 그렇듯 싶다...) '자연이네'라고 한 말이 지금도 계속 곱씹게 된다. 난 어쩌면 그 말의 의미를 너무 확대하고 어렵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까...너무 막연하게 그 상을 잡지 않았던가...
이런저런 소개를 나누고 태백역에서 차로 30여 분 걸리는 철암어린이도서관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잠깐 집에 들러 연탄불을 갈아야 한다고 하신다. 도서관 근처 오래된 아파트에 사시는 데 그곳은 연탄으로 난방한다. 탄광촌답게 연탄사용이 많다. 남은 연탄재를 따로 버리는 통도 연결되어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동네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무리도 만나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맑은 웃음소리를 내는 여자친구도 만났다. 선생님은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신다. 두 번째 만난 친구에게는 오늘은 도서관 문을 열지 않는 날이니 오면 안 된다고 당부도 하신다. 그 여학생은 특유의 맑고 큰 소리로 화답한다. 조금 어색한 몸짓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자라고 있는 친구인 듯싶다. 그 친구가 도서관 쉬는 날인 걸 잊고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아 오지 마라 당부하셨나 보다. 그 친구가 집에 들어가는 걸 백미러로 조금 길게 보시다 다시 운전을 하신다.
철암 중고등학교가 보이고 다리 하나를 건너 붉은색 창문을 가진 2층짜리 건물이 도서관이라 한다..
그 곳을 스쳐 지나가며 미션을 하나 준다 한다. 철암 시장이 시작하는 곳에 내려줄 테니 도서관까지 걸어서 찾아오란다.
걸어오면서 동네 구경도 하고 시장도 보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도 하란다. 동네 가게 이름에 청도나 호남이 있는데 이는 주로 그곳에서 온 사람들이 가게 이름을 그리 지었다 설명하신다. 우리를 내려준 곳에서 산 쪽을 바라보면 석탄을 보관하는 검은 산과 캐낸 석탄을 선별한다는 선탄장이 있다. 검은 공장 같은 느낌의 선탄장은 근대문화유산이라 설명해주셨다. 지금까지 보았던 시골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시골이라 하면 농촌과 산촌이 다인줄 알았지..이런 곳에 이런 시설이 있는 광촌은 조금 낯선 곳이었다. 우리를 내려주고 선생님은 미리 가 연탄에 불을 옮겨 두겠노라 하신다.
걸어 5~7분 걸리는 짧은 길이다. 시장은 조용했다. 마을의 모습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골이라기보다는 오래되어 낡은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승열이가 20년 전 서울 같은 느낌이라 한다. 어떻게 20년 전 서울을 기억하느냐며 시비를 걸기는 했지만..다시 돌아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정말 그랬다. 후에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니 옛날..그러니깐 30~40여 년 전에는 이곳이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었다 한다. 전국에서 각종 유명한 가수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며 길을 가다 사람들 어깨에 스쳐지나 다니기도 힘든 곳이었다 한다. 태백역에서 철암까지 들어오면서도 이런저런 광촌의 현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현재 남은 탄광의 수, 일하는 사람들의 여건, 수입농산물 개방의 문제와 비슷한 석탄 자립 문제, 싸게 수입되는 석탄에 밀려 조만간 다 폐광될 위기고 그렇게 되면 생기는 문제들..그런 이야기들 위에 지금의 철암의 모습을 겹쳐 놓으니...옛 도서관 건물이었다는 네모난 큰 창을 가진 낡은 2층짜리 건물이 나이 잔뜩 잡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의 모습 같다.
다시..조용한 시장을 지나 어색하리만큼 깨끗한 다리와 2001년도 태풍 피해 보상으로 작년에 완공되었다는 더 어색한 아파트 두 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도서관 문을 열었다.
볕이 잘 드는 곳이다. 둥글게 말아 올라가는 좁은 계단이 재미있다. 신비로운 벽지의 비밀의 방도, 다소 어색한 분류의 책이 꽂혀 있는 청소년방도, 승열이가 탐내 하는 DVD가 많이 있는 요리쿡~방도 엉성하지만 가지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율무차와 커피, 쥐포 한 장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철암의 보물이라며 준비과정에서 아이들과 회의한 내용, 아이들이 모은 모금액을 나열한 내용, 도서관 건축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다른 지역의 도서관을 아이들이 찾아다니며 비교한 내용 등을 모은 파일 하나를 들고 오셨다. 한 장씩 넘기며 철암어린이 도서관에 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어 철암에서 진행되는 방학 중 프로그램과 학기 중 프로그램을 나눠 설명해 주셨다.
철암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 활동도 중요하지만 '아이 한명이 자라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합니다'란 철암의 표어처럼 마을 공동체성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방학 중에 주로 진행되는 광활도, 학기중에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전체적으로 다섯 가지 흐름에 의해서 진행된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애민육조이야기이다. 웃어른들에게는 당신이 잘 아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하며, 어른들께 힘드니 가만히 있으라 하면 그게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겠냐..그래서 '걸언'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그 걸언이..
1. 인사하기
2. 여쭙기
3. 논의하기
4. 부탁하기
5. 감사하기.
이다.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과정을 통해 선발된 친구들의 광활 활동은 저 5가지 흐름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첫주에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른들께 인사를 한다.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활동했던 물건들도 돌려 드리고 이것저것 도움을 요청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한다.
그리고 그 사이 주간에는 아이들과 짝을 지어 놀기도 하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강좌를 열기도 한다. 하루는 대학생들이 준비하고 또 하루는 어린이들이 준비하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했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인사하고 물어보고 논의하고 주변에 부탁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마을에서 어른들의 역할에 관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역할이 주어져야 함을 철암의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생동감 있게 전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철암까지 오는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 철암 도서관 앞에서 잠깐 들린 슈퍼 아주머니가 도서관에 온 사람들이냐 물어봤던 것,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꺼지지 않은 연탄불을 앞집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과정.
그리고 철암에서 진행되는 광활 이야기에서도 그 생동감이 전해졌다. 사람을 눈을 오래 쳐다보며 말하는 해리포터 김동찬 선생님의 눈빛에서 그 과정에서의 중요함, 삶에서의 실천에 관한 강력한 의지와 뜻이 전달되었다.
(광활 1기로 이곳에 처음 오셔서 지금은 광활11기로 광활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찬 선생님은 내게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준 사람이다.)
홍성에 도서관 설립과정을 물으시는 데 솔직히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작년 12월에 건축 설명회를 다녀오고,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고, 다리 역할을 해주는 은재씨를 통해서 3월에 준공식을 시작하면서 면접을 보고...6월 즈음 건물이 완공될 계획이란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이다.
지금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나는 실무자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럼 애도 불구하고 난 마음을 정했고 뜻을 세웠으니...내가 얼마나 설레고 얼마나 두려운지...
김동찬 선생님 자신도 광활활동 신청자 면접을 볼 때 가장 중요하 게 생각하는 것은 '철암과 어린이 도서관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강점..장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라 하며..이를 잘 준비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도서관을 나오며 연탄불은 구멍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 연탄불 가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태백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집에 들러 연탄불을 가셨다.
그리고 태백에 처음 온 승열이를 위해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들렀다 갈 수 있도록 내려 주셨다.
뜻과 마음이 있는 사람과 공간을 만난 기분이 좋았다.
황지연못에 가서 행운의 동전 던지기를 했다.
빗겨 나가는 승열이에게 미안하게 난 두 번이나 올해의 행운에 해당하는 동그란 원 안으로 동전이 들어갔다.
잘 던진다 칭찬을 들으며 기분 좋게 그곳을 나와 길에서 파는 고구마 빵을 사 들고 역으로 향했다.
기차표를 끊고 차에 올라타 현란하게 꾸며진 열차카페에 앉아 과자 한 봉지와 맥주 두 캔씩을 한 번에 들이켜 마셨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4시간 가까이 깨지 않고 청량리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 청량리역에 도착해 승열이와는 바로 헤어졌다.
반복해서 고맙다고 말하면 그 느낌이 사라질까..승열이에게 정말 고마웠다고..충분히 말하지 못한 건 아닐까..
다시 돌아와 생각하니..고맙고 고맙다..
1. 선택과, 전환점.
3월은 시작부터 분주하다.
올해 계획한 사업들이 3월이 되니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새로 의지를 다진 사업이 있는데다 학기 시작, 바뀐 몇 가지 상황, 그리고 조직 개편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시끌시끌하다. 나 개인도 선택과 전환의 시긴인데 내가 일하는 공간도 그렇다. 처음에는 이렇게 상황이 겹치지 않았으면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냥 고민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을 문제를 보다 정확하고 실질적으로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더 진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단지 고민으로만 끝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이 더 깊고 깊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단 이것저것 재지는 않는다. 뭐가 더 좋고 뭐가 나쁘고가 아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에 관해서만 집중해서 생각한다.
외부의 상황에 핑계를 대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홍성에서 명확하게 일정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왜 하필 기관은 내가 이렇게 마음을 정했는데 조직개편을 하게 됐냐고 투덜거려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진정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상황은 상황이고 내가 어찌할 수 없으면..내 마음을 세우고 세운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얼마 전에 들은 법륜스님 법문에 마음이 생기면 하거나 하지 않으면 되고, 그리 선택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참 철암에 다녀온 것들을 다시 돌이켜 보고, 지금의 상황을 다시 바라보면..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결정 했는지...다시 더 들여다볼 수 있다..
2.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침이 맑아야 합니다.
논의는 치열하되 정성스러워야 합니다.
직면한 문제에, 때로는 쓴 소리와 때로는 단 소리가 될 수 있는 것들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말로만 떠들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어미니와 아버지에게 제 마음을 잘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나와 관계 맺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벗과의 진정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워야 합니다.
3. 삶의 방식이 의미하는 것.
나에게 일터는 삶터였음 한다.
삶터와 일터를 분리하는 내 모습.
내가 내 스스로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지, 실제로 지금 상황이 그렇게 때문에 분리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참 작은 것에 분별하고, 참 엉뚱한 것에 마음을 두게 된다.
참 작은 것과, 참 엉뚱한 것은 내가 상황을 조금만 변화시키고 마음을 조금 달리 먹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어찌나 나약한 존재인지..상황과 주변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참 어렵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건 그 상황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선택'에 조금 더 강해지고, 조금 더 '똑똑해'지길 바랄 뿐이다.
4. 하루를 돌아보며.
오전에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계속 마음이 쓰인다. 그의 말처럼 그건 예의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그리하는 건..사실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니..
하지만 난 지금 상대방에 대한 어떤 배려심도...없다..그래서 더 형편없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이제 오로지 내 몫으로 내가 감당해야겠지.
단순히 미안하다고 끝낼 수 없겠지.
이제 각자의 몫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대응하겠지..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면...
처음부터..서툴고..솔직하지 못했던...결과인 것 같다..
5. 그리하야..
화요일에 출근해서 내가 어찔할 수 없는 주변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해야겠다.
선택에 후회하게 될 때가 있다면
그 후회를 한숨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왜 후회하는지 어디서 후회의 마음이 생기는지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책임질 수 있도록 합니다.
선택에 기쁨이 따른다면
자만하지 않고 내 상황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 발 내딛겠습니다.
2009년 3월 끝나지 않은 겨울과 시작하지 않은 봄 사이. 스물여덟의 정아.
# by 보리 | 2009/03/08 03:52 | 트랙백 | 덧글(0)






